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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당 대구시당 고기위원회 해산합니다.
안녕하세요, 정의당 대구시당 고기위원회 위원장 김예민입니다. 
정의당 대구시당 고기위원회는 강령 제5조(위원회의 해산)-본 위원회는 정의당 대구시당 산하기관으로서 구성원 중 어느 누구라도 자유, 평등, 민주, 평화, 인권 등 인간이 마땅히 지녀야 할 가치나 진보 정당인으로서의 신념과 품격을 훼손하는 경우 지체없이 해산함을 원칙으로 한다-에 따라 해산하고자 합니다. 
본 게시판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으나 제 개인 페이스북으로 문제 제기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 문제 제기는
1. 진보 정당에서 육식을 매개로 한 공식적인 활동이 바람직한가?
2. 강령과 고기위원회는 채식에 대한 조롱이며 소수자인 채식주의자에 대한 이해가 없다. 
이 두 가지가 핵심일 듯합니다. 
이에 대해 저는 깊은 고민과 자기 반성 끝에 다음과 같이 말씀 드립니다. 

1. 정의당 내에 다양한 동아리들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육식을 매개로 한 동아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정의당은 공당이고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당 문화는 정의로워야 하며 배제되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 육식이 가지는 여러 폐해를 잘 알고 있다면서 육식을 즐기며 그것을 논의하겠다는 생각은 일종의 자기 모순이지 않았나 합니다.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것을 굳이 정의당에서 동아리를 만들어 고기 먹으며 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또한 고기위원회는 채식주의자를 기본적으로 배제하는 구조입니다. 의도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한 지인은 제게 만약 보수당 당원이 이성애위원회를 만들면 어떤 생각이 들겠냐고 묻더군요. 고기위원회라는 명칭이 주는 한계를 간과했습니다. 
2. 채식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채식주의자가 소수자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채식은 단순히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운동으로서의 가치를 가집니다. 채식주의의 실천 행위,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해 다른 종이 사육되고 그것을 조장하기 위한 환경의 희생과 자본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포함되는 가치라고 합니다. 육식에 '주의'를 붙이는 것은 턱없는 짓이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이미 육식이 주류 문화를 이루는 육식 중심 사회입니다. 채식주의자에게 니가 선택한 것이니 니가 알아서 살아라라고 하는 것은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진보주의자라면 해서는 안될 말인거죠. 그것은 마치 니가 연예인이 되기로 선택한 거니 욕 먹는 것쯤은 각오해야 하지 않냐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자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그들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집회  때 수화통역자와 함께 진행하는 것처럼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를 배제하는 방법을 지양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진보정당인이 고민해야할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웃자고 한 농담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웃을 수 없는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정의당 대구시당 고기위원회는 마땅히 해산합니다. 

문제 제기를 받은 후 시정까지 몇날의 시일이 걸린 까닭은 제가 가지지 않았던/못했던 채식주의자에 대한 이해와 수치심을 넘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용기를 가지기 위함입니다. 채식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은 제가 이미 주류 음식 문화의 기득권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농담을 다큐로 받는 사람이 있군. 나의 순수한 의도가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뭐 앞으로 잘하면 될거야. 채식주의자가 제도적으로 억압 받는 게 없는데 어떻게 소수자란 말이지?' 등등 제가 문제 제기를 받으며 했던 생각과 그것을 표현한 글들은 제가 그렇게나 싫어해 마지않던 기득권 세력들의 그것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저 문장들의 주체만 바꾸면 이성애자가 동성애자에게,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혹은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차별, 혐오 행위라는 것을 깨닫고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불편한 사람에게 불편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불편한 지 함께 고민해야 함을 다시 새깁니다. 불편하다고 말씀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떤 맥락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아래 제가 올린 글들을 부끄럽지만 삭제하지는 않겠습니다. 불편하셨을 많은 분들께 깊은 반성과 사과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저 때문에 싸잡아 욕 먹은 정의당, 정의당 대구시당 당원님들께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씀 거듭 드립니다. 위원회 출범에 재밌다는 반응과 함께 축하와 지지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은 저를 아끼는 지인들입니다. 정의롭고 유쾌한 당 활동에 대해 더 고민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혹시 이 글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있으시면 정의당 당원답게 이야기 나눴으면 합니다. 
노파심에 덧붙입니다. '심각하네, 뭐 이런 일로, 괜찮다' 는 내용의 댓글은 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넘어가실 수도 있으나 함께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참여댓글 (3)
  • 태수
    2017.06.06 20:03:56
    김예민당원의 실수와 잘못에 찬동한 사람으로서 깊이 뉘우치며 사과드립니다. 일상의 말과 행동이 정치적일 수 밖에 없고 그 정치적 행위가 나타내는 생각과 지향이 자신의 정체성이자 타인과 구별되는 사회적 자아임을 늘 명심해야 할 당의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더 자중하겠습니다.
  • 승희
    2017.06.08 08:44:30

    (일부)남성이 여성에게
    이 부분 괄호 지워주세요. 아님 젠더기득권 남성이라고 쓰시든지. 이성애자 동성애인권 앨라이도 있고, 비장애인 장애인권 앨라이도 있어요. 의도하신 대로 표현하려면 (일부)이성애자가 동성애자에게(이 부분도 그렇네요. 성소수자는 동성애 단일이 아닌데. 그럼 동성애자 아닌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기득권 휘두르는 건 괜찮은지), (일부)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라고 쓰셔야 할 듯한데요. 근데 열거하신 사안이 모두 절대적으로 다수가 권력으로 소수를 억압하는 사례인데, 왜 성별 문제에만 (일부)라고 괄호를 치신 건지. 성평등 문제를 회피하는 것 같아 불편한 대목입니다.
  • 김예민
    2017.06.08 10:47:50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