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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소개된 '내로남불'... 선거에서 발견한 촛불민심


[주장] 4.7 재보선 결과, 나는 이렇게 본다... 2030 투표가 의미하는 것

[정재민 기자]

 
▲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4.7 재보궐선거가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인 힘을 실어줬던 민심이 어떻게 이런 결과를 냈을까? 민주당 일각에서는 '촛불 민심이 변했다, 20대가 보수화됐다, 야당과 언론이 문제다, 검찰 탓'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한참 벗어난 진단이라고 본다.
 
2016년 총선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동시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네 차례 전국 규모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특히 박근혜 탄핵 이후 촛불민심은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현 집권세력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지방자치단체장(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4개 자치구가 민주당)과 지방의회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가 되었다(서울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국회에선 180석 거대 여당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줬고, 이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개헌을 제외하고 모든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준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야당의 승리가 아닌 여당 심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이 승리한 거라 착각하지 말라."
 
지난 8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식에서 한 말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의 압도적인 승리로 귀결됐지만 국민의힘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집권여당이 잘못해서 심판한 것이니 착각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코로나19 민생위기에 효과적이고 발 빠른 대응책을 내오지 못하고,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검찰개혁이란 이름 아래 '추-윤 대치' 상황을 1년 이상 끄는 등 민생은 안중에 없고, 진영 논리만 하는 싸움에 국민들은 등을 돌린 것이 아닌가 싶다. 부동산 가격 폭등, 전·월세 대란 등으로 수많은 세입자는 고통으로 내몰렸는데, 거기에 LH 사태까지 터지면서 분노한 민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게다가 이번 선거가 어떤 선거인가?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 아닌가. 불과 1년 전까지 압도적인 지지로 힘을 몰아준 민심은 4년 동안 기대에 못 미치는 정치, 무능한 정치를 반복한 현 집권 세력을 무섭게 심판한 것이다. 분노한 민심은 심판의 도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서울에서 오세훈 후보, 부산에서 박형준 후보가 당선되었다.
 
외신에 소개된 '내로남불'(Naeronambul)

 
▲  4월 7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 NYT

  
7일자 외신 <뉴욕타임스>에는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는 단어가 소개됐다. 한국의 이번 4.7 재보궐선거 결과 소식을 알리면서 이렇게 알렸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민주당의 태도를 한국 국민들이 비판하면서, 한국의 양대 도시 유권자들이 곤경에 처한 지도자에게 '참담한 타격'을 줬다고 소개한 것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뉴욕타임스에까지 소개된 것, 부끄러운 일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이게 나라냐'는 물음에서 시작된 촛불항쟁이 박근혜를 탄핵했고, '나라다운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염원으로 모든 권력을 몰아줬지만, 지금의 집권세력은 지난 4년 동안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완전히 배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20~30대 투표가 의미하는 것 
   
7일 KBS·MBC·SBS 등 방송 3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당선자는 20대에서 박영선 후보를 22%p 차로 앞섰고 30대에선 17.8%p 앞섰다.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은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가 전통적으로 친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됐던 점을 생각하면, 이는 주목할만한 변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KBS가 지상파 방송3사와 함께 조사하여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 KBS

 
불공정에 대한 극심한 분노의 표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국사태'를 시작으로 현 집권세력의 불공정 문제에 문제의식을 느낀 청년층들이 지지층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LH 사태를 겪으면서 좋은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평생을 일해서 벌어도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공직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했다는 것이 분노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또한 김상조, 박주민 등 '전·월세 5%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발의를 추진한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본인 소유 아파트의 임대료와 전세보증금을 인상했다는 등 논란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위선적 행태에 '분노의 투표'를 했을 것이라 본다.

20대 여성들의 15% 표심,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출구조사에서 눈에 띄는 숫자는 또 있다. 바로 20대 여성들 15.1%가, 거대 양당의 후보가 아닌 제3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20대 여성은 오세훈 후보보다 박영선 후보를 더 지지하기도 했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핵심 기조와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들이 많이 출마했다(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 미래당 오태양 후보,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 무소속 신지예 후보).
 
재보궐 선거에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당헌을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출마시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배신감, 과거 새누리당과 한나라당 시절 소속 의원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던 국민의힘에도 신뢰를 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표출된 결과로 보인다.

성평등을 외친 5명 후보들이 받은 표를 모두 합하면 1.91%로 높은 수치는 아니다. 정의당의 불출마,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구조, 정권심판에 대한 거센 민심의 흐름 속에서 소수정당 후보들이 확장성을 갖기에 한계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 또한 20대 여성들이 거대양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되었다.
 
진보정당의 미래... 안타까운 것은
 
한편,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허경영 서울시장 후보가 1.07%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는 정책과 비전은 온 데 간 데 없고 '생태탕선거'라는 말만 남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였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정치에 등을 돌리는 정치혐오 정서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이에 대한 반감으로 '차라리 허경영을 찍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진보의 가치를 내건 기본소득당 신지혜(0.48%), 미래당 오태양(0.13%), 여성의당 김진아(0.68%), 진보당 송명숙(0.25%), 무소속 신지예(0.37%) 등의 득표율은 5명을 합쳐도 1.91%에 그쳤다는 점이다. 어느 후보도 1%의 벽을 넘지 못했으며 허경영 후보에게도 뒤졌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의당 김종민(1.64%), 민중당 김진숙(0.44%), 녹색당 신지예(1.67%) 후보 등 진보 진영의 득표율 총합 3.75%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정의당이 당대표 성추행 사건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이번 선거에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끝은 아니다. 집권여당의 실정과 무능에 대한 심판 민심은 분명히 확인이 되었고, 정의당은 두 거대 양당이 중심의 정치체제를 거부하고 기본소득당, 미래당, 진보당, 녹색당 등과 '반기득권 공동정치선언'을 통해 향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틀은 남겼다.
 
촛불민심은 바뀌지 않았다, 아직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촛불민심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나라다운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성평등한 세상, 기후위기 극복, 불평등 해소, 일터에서 죽지 않고, 노동이 존중받는 평등한 나라를 바라는 민심은 변함이 없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 재보선에서 이겼다고 해서 오만에 빠져 국민을 배신한다면, 국민은 똑같이 심판할 것이다. 집권여당은 남은 1년을 철저한 반성 속에 지나온 4년보다 더 살얼음 걷는 심정으로 걷지 않는다면 민심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진보정당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민심은 무섭다. 그러나 준비된 배를 띄울 준비도 하고 있다. 정당들이 이것을 잊지 말기를 강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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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재민씨는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언론사에도 송고되며 필자의 개인블로그(blog.naver.com/hcry99)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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