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성소수자위원회, 일부 언론들이 혐오를 조장해 코로나19의 재확산을 키웠다.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할 때 우리는 재난을 이겨낼 수 있다.
[논평] 성소수자위원회, 일부 언론들이 혐오를 조장해 코로나19의 재확산을 키웠다.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할 때 우리는 재난을 이겨낼 수 있다.


이태원 클럽 이용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확진자가 75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무리하고 생활 방역에 들어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우려했던 상황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이 우려에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언론사의 악의적인 보도는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코로나19의 재확산을 키우는 꼴이 되었다. 지난 7일, 일부 언론사는 단독 기사로 확진자가 ‘게이 클럽’에 다녀갔다며 악의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이는 개인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이 바이러스 감염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단순히 성소수자를 향한 낙인과 혐오의 시선을 강조하기 위한 보도였다. 그러자 여러 언론이 경쟁하듯 이를 받아 적었고 심지어 동의 없이 성소수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언론들은 남성 동성애자의 실체라는 기사를 연속보도하며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보다는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데만 열을 올렸다.

이런 보도행태는 결국 아웃팅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 시켜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이 방역망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숨기고 고립되게 만들었다. 진료를 받는 것이 당일 그 장소에 있었음을 증명하고 그것이 곧 아웃팅으로 연결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부 언론사들의 보도행태가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여 공존 사회를 파괴하고, 2차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망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지난 3월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확진자 동선에 관한 ‘코로나19 감염병 환자 이동경로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어 개인정보 공개를 통해 발생하는 혐오, 인권침해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방역 당국은 이미 개인의 성적지향을 떠나 어느 공간이든지 다중 이용 시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이외의 개인 정보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등 재난시기에 차별 없이 안전할 권리, 재난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무너졌을 때, 재난은 심화되고, 우리 사회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며,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정 집단을 향한 낙인과 혐오가 아니라, 우리는 왜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게 검진 받을 수 없는지, 그리고 왜 성소수자들이 본인을 밝히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지 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그 ‘왜’를 들여다보고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5월 11일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배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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