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 'IT노동자 갈아넣는 블랙기업 펄어비스 디버그하겠습니다' 기자회견
[보도자료]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노동자 갈아넣는 블랙기업 펄어비스 디버그하겠습니다' 기자회견

일시: 2020년 3월 24일 오전 10시 20분
장소: 국회 소통관 

정의당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오늘, 블랙기업 펄어비스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고 IT 청년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류호정입니다.

저는 지난 3월 18일부터 중견 게임회사 ‘펄어비스’의 재직자와 퇴직자로부터 제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일자리 창출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은 펄어비스가 권고사직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해고를 자행하고, 포괄임금제를 피해 재량근로제를 도입함으로써 노동자들을 공짜노동과 장시간 노동에 내몰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장 내 갑질 문화에 대한 증언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유명 게임회사 ‘넷마블’에서는 1주 100시간에 가까운 초장시간 노동을 지속하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2018년, 유명 인터넷 강의 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는 과도한 업무, 잦은 야간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한 노동자가 자살했습니다. 청년 노동자들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가 이번 제보 안에도 담겨있었습니다.

“겨우 승인받은 야근도 52시간을 초과하면 더 이상 기록할 수 없어요. 회사에서는 52시간을 넘지 않게 주의하라는데 주어지는 업무량은 야근을 하지 않고는 해낼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에 결국 기록 없이 일하게 됩니다. 이걸 따라가지 못하면 권고사직을 당하는 거예요.”

“주 52시간제를 피하기 위해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합니다. 윗선에선 대상자들에게 '주말에도 나와라'라고 합니다. 저도 주 60시간을 넘겨 일했어요. 재량근로제를 거부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럼 재미없을 줄 알아라.’라는 식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개 직원이 거부하기는 힘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소리 지르고 면박을 줍니다. ‘학원에서 뭐 배웠어’, ‘네가 뭘 알아’, ‘넌 네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 같은 말들이요.”

"강도가 손에 칼을 들고 가방을 빼앗으려 할 때, 가방을 지킬 수 있을까요? 게임업계 노동자들에게 권고사직은 그런 거예요. 업계를 떠나려는 게 아닌 이상 강하게 반발하기가 힘들어요. 이직할 때 불이익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놀랍지 않은 증언들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IT·게임 업계에 종사했던, 종사하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권고사직을 막아낼 힘이 없습니다. IT·게임 업계에서 권고사직은 사실상 해고입니다. 우리나라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한 것은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환경은 소수의 누군가에게는 천문학적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천국이었겠지만, 많은 노동자에게는 지옥입니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제도로 완성하고, 재량근로제 확대를 종용하는 가이드를 폐지해야 합니다.  IT노동자를 위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은 그나마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습니다. IT 업계에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의당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고용노동부와 펄어비스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펄어비스는 권고사직 대상자에 대한 복지를 약속하십시오. 펄어비스는 논란이 일자 “권고사직 대상자에 대한 복지 혜택 중단을 유예하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부족합니다. 거주 지원금을 믿고, 무리하게 이사했다 퇴직 후에 월 50만원의 부담을 떠안게 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취업지원금은 물론, 거주비, 양육지원금 등 광고하듯 자랑하던 복지혜택을 이미 내쫓아버린 노동자들에게도 부여해야 합니다. 진정 어린 사과인지를 확인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고용노동부는 블랙기업 펄어비스에 대한 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십시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간과할 수 없는 숫자의 제보와 증언이 모였습니다. IT 업계는 무엇보다 노동자의 창의성을 필요로 합니다. 노동권 보장 없이는 국민 행복도, 기업 성장도 없습니다.

셋째, 펄어비스는 스스로 만든 조직문화를 깨부수고 결자해지에 나서십시오. 인사노무관리 체계 전반에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당사자인 노동자들, 실력 있는 외부 전문가들과 협의해 고안하고 공개하며, 약속하십시오.

넷째, 고용노동부는 펄어비스의 약속에 대한 이행 점검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해 주십시오. 시끄러운 잡음이 수그러들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그간의 기업문화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IT 노동자들에게 요청합니다. 정의당 IT 노동상담센터 ‘디버그’를 기억해 주십시오. 추가 제보를 받겠습니다. 버그를 지나치는 개발자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용기를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붙임] 기자회견 모두발언 및 개요 

2020년 3월 24일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 류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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