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동물복지위원회, 무분별한 살처분으로 이어질 ‘가축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논평] 동물복지위원회, 무분별한 살처분으로 이어질 ‘가축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국내 축산농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마지막으로 발생한지 2달이 지났다. 지방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많은 살처분 지시를 하는 동안 40만이 넘는 돼지가 잔인하게 죽어갔다. 사체 수가 늘어날수록 질병 확산이 적어지리라는 막연한 기대에 내려진 결정이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넓혀진 처분 반경은 40만의 고통과 함께, 오히려 심각한 후처리 문제를 낳았다.

대표적인 지역은 모든 농가의 돼지가 수매, 살처분된 연천군이다. 임진강과 연결된 한 하천은 돼지 사체 더미에서 나온 피로 붉게 물들었다. 강으로 흘러들 뻔했던 침출수가 호스로 흡입되면서 지역은 가까스로 재난을 피했다. 부처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은 각지의 도축장을 과밀화시키며 지옥 같은 풍경을 자아냈고, 농가에는 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분뇨가 흘러 넘쳤다.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살처분을 제한해야 하지만, 정부는 반대로 그 기준을 낮추려 하고 있다.

여당이 제출한 ‘가축전염 병 예방법 일부개정안’은 이 계획의 핵심이다. 다행히 의원들의 반대로 이는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었다. 개정안의 쟁점 조항은 전염 병을 막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 농장주를 상대로 출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역학조사 또는 정밀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오거나, 임상증상이 발견된 경우에만 출하 권고를 허용하는 현행법을 뒤집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단순한 해결책을 원하는 정부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선 앞서 말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게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불분명하다. 게다가 시장·군수·구청장 같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밀하고 과학적인 검증 없이 도살을 명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질병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체·분뇨 처리와 철저한 시설 소독이 축사를 비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지만 말이다. 강제 도살 결정은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보다 사태에 과감하게 대응한다는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행정가들의 손에만 맡겨선 안 된다.

그러나 농축산부는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개정안을 수정하여 재심의를 시도하고 있다. 이같이 살처분 조건을 완화하는 데 집착하는 대신, 질병에 따라 적절한 기준을 세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바이러스는 전파 방식과 이동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제역과 달리 아프리카돼지열병에는 공기가 아닌 신체 접촉으로만 감염된다. 그런데도 긴급행동지침(SOP)은 모든 살처분 범위를 500m, 3km, 10km, 혹은 지역 단위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별 지침이 따로 마련되어 있음에도 다르게 취급하지 않는다. 기준들을 재조정하는 부처의 행동이 시급하다.

정의당은 축산동물의 죽음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축사에서 수많은 생명이 빼앗기고 농장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상황도 앞장서 막아야 한다. 아울러 행정부는 정밀한 조사로 하루빨리 발생원을 찾고, 향후 동물 전염 병의 국내 전파를 막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길 촉구한다. 병에 걸리지도 않은 돼지들이 “학살”당하는 참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담당 동물복지위원회 논평팀 오지혁 팀장 

2019년 12월 9일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위원장 정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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