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정치센터 3기청년기자단]'대 2병'부터 '헬조선'까지.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나! (이다솜기자)

 

어느 순간부터 한 시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어들이 동서양을 막론하여 나타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미국에는 청년층을 주체로 하여 시작된 탈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기 위해 만들어진 ‘히피족’이라는 단어가 있었고, 2000년대 우리나라에는 20대의 월 평균 임금이 88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컫는 ‘88만원 세대’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떠한 시대에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나, 그 사회에서 생겨나는 단어들은 그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소위 ‘대2병’에 시달리고 있는 유양(중앙대학교, 22)을 만나봤다. ‘대2병’은 요즘 한국의 대학생들 사이에서 쉴 새 없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며 적성에 대한 고민과 취업 스트레스로 방황하고 인생에 대한 허무감을 느끼는 대학교 2학년 언저리의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유양은 “지옥 같았던 2년간의 입시(고3, 재수)를 겨우 겨우 견뎌내어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고, 나름의 보상으로 1학년을 신나게 놀았다.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내 꿈을 이룰 길이 펼쳐지는 줄 알았었는데 2학년에 진학하고 보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내 꿈은 아나운서지만, 아나운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경영학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경영을 전공해야 아나운서 시험에서 낙방하더라도 차선책으로 중견기업이라도 취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든다. 다른 친구들을 보면 대기업 취업을 위해 대외활동, 인턴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나는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2병’을 앓았던 청년들의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의 청년들은 ‘N포 세대’라고 불린다. 치열한 취업 전쟁, 미래에 대한 불확신으로 방황하며 연애, 결혼, 출산 이 세가지를 포기하는 ‘삼포 세대’에서 덧붙여 인간관계와 주택 구매를 포기하는 ‘오포 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까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칠포 세대’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점점 더 포기해야 할 것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아예 ‘N포 세대’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해버렸다. 한 세대의 희망이 되어야 할 청년들이 언제부터 자신들의 꿈과 희망조차 지킬 수 없는 존재로 떨어져 버렸는가.

 

청년들의 문제인가

힘들게 입학한 대학에서 힘들게 스펙을 쌓아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방황과 좌절을 겪으며 겨우 직장을 얻어도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현 시대의 청년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존재는 ‘금수저’가 되었다. 부모님의 재력과 능력이 좋아 별다른 고생 없이 풍족함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을 이 사회에서는 ‘금수저’라고 부른다. 실제로 최군(고려대학교, 23)은 “안정적으로 돈 벌 궁리를 하다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 항상 열정적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열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진 느낌이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하루 빨리 공무원이 돼서 편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미래의 내가 그려져 비참하다.”며 “부모님이 잘 사는 친구들이 너무 부럽다. SNS를 보다 보면 외국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은 왠지 내가 평생 누리지 못할 것들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그들에게 괴리감을 느끼면서도 동경의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 사회를 이제는 ‘헬조선’이라고 지칭한다. 취업 전쟁에서 고통을 받는 청년들의 입에서만 나오는 단어는 아니다. 최근 경향신문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헬조선’은 한국사회가 더 이상 사회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 행정, 교육, 경제, 정치.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부조리함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것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및 대학생의 약 90퍼센트가 ‘헬조선’이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헬조선’에서 청년들이 ‘대2병’에 시달리고,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금수저’를 부러워하며 사는 것이 단지 청년의 문제인지는 진지하게 고찰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지칭하는 단어들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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